
"팀장님, 그게 아니라요. 지난번에 말씀드린 데이터 기준으로 보면 그 방식은 지금 상황에 안 맞습니다." "하지만 그건 이미 타 부서에서 거절했던 안건인데요."
회의실이나 상사의 자리 앞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울려 퍼지는 대화입니다. 일에 대한 열정이 넘치고 똑똑한 직장인일수록, 상사가 팩트와 다른 이야기를 하거나 비효율적인 지시를 내릴 때 즉각적으로 오류를 바로잡으려 합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옳은 말을 하면 할수록 상사의 표정은 굳어지고, 결국 내 의견은 묵살당하기 일쑤입니다. 왜 그럴까요?
사람의 뇌는 자신의 말이 부정당하는 순간 본능적으로 '방어기제(Ego Defense)'를 작동시킵니다. 특히 권위와 체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상사에게 "그게 아니라요", "하지만"이라는 단어는 '팀장님은 틀렸고, 내가 맞습니다'라는 공격 지령으로 해석됩니다. 오늘은 상사의 기분을 전혀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내 의견을 100% 관철시키는 일타강사급 대화 기술인 'Yes, and(예스 앤드) 화법'을 소개해 드립니다.
1. 입버릇처럼 나오는 '그게 아니라요' 병(病)부터 버려라
직장 생활에서 설득의 목적은 '내가 옳다는 것을 증명해서 상사를 이기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프로젝트와 예산을 끌고 오는 것이 진짜 목적입니다.
상사의 말이 설령 10%만 맞고 90%가 틀렸더라도, 90%의 오류를 먼저 지적하는 순간 대화는 통제 불능의 기싸움으로 변질됩니다. 상사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비논리적인 고집을 부리기 시작하고, 결국 "됐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해"라는 최악의 결론으로 끝나게 됩니다.
내 의견을 관철하고 싶다면 절대 상대방의 첫 문장을 부정으로 시작해서는 안 됩니다. 설득의 고수들은 상대방의 닫힌 마음을 여는 '인정의 문고리'를 먼저 잡습니다.

2. 상사의 방어기제를 해제하는 'Yes, and' 실전 3단계 공식
즉흥 연극(Improv)에서 상대방의 대사를 거부하지 않고 극을 부드럽게 이어가는 기술에서 유래한 'Yes, and 화법'은 비즈니스 설득에서도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실전 보고에서 이 공식을 어떻게 적용하는지 3단계로 나누어 보겠습니다.
- 1단계: Yes (10%의 사실을 찾아 100% 공감하기) 우선 상사의 의견 중 단 10%라도 맞는 부분이나, 그 말씀에 담긴 '의도'를 콕 집어 인정합니다. "팀장님 말씀대로, 이번 프로젝트에서 비용을 최소화하고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방향(Yes)이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확실히 맞습니다."
- 2단계: And ('하지만' 대신 '그리고/다만'으로 연결하기) 가장 중요한 핵심입니다. 인정해 놓고 "하지만(But)"을 쓰면 앞선 칭찬이 모두 거짓말이 됩니다. '하지만' 대신 '여기에 더해(And)', 또는 '다만'이라는 연결어를 사용하세요. "확실히 맞습니다. 여기에 더해(And) 이번 분기 타깃 고객층의 성향까지 함께 고려해보면, A옵션에 B기능을 추가했을 때 장기적인 비용 절감 효과가 더 클 것 같습니다."
- 3단계: Solution (결정권을 상사에게 넘기며 내 의견 건네기) 마지막은 내 의견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권을 상사에게 쥐여주며 자존심을 세워주는 것입니다. "팀장님이 강조하신 비용 효율성을 살리면서 B안도 함께 검토해보는 건 어떠신가요?"
3. 고집불통 타 부서와의 회의에서도 통하는 마법
이 화법은 상사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항상 배타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타 부서(개발팀, 영업팀, 재무팀 등)와의 협업에서도 놀라운 힘을 발휘합니다.
예를 들어, 일정 단축을 절대 해줄 수 없다는 타 부서 담당자에게 "그 일정으로 가면 저희 팀 망해요"라고 말하면 즉각 전면전이 시작됩니다. 대신 이렇게 바꿔보세요.
"과장님 팀에서 현재 리소스가 꽉 차 있어서 퀄리티 유지를 위해 일정을 타이트하게 잡기 어려우신 점 충분히 이해합니다(Yes). 그렇기 때문에(And) 저희 쪽에서 사전 데이터 취합 업무를 미리 다 넘겨드려서, 과장님 팀의 실무 작업 시간을 이틀 정도 단축해 드리는 방향으로 일정을 다시 조율해 보면 어떨까요?"
상대의 입장을 먼저 대변해 주면, 상대방 역시 나를 '적'이 아닌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는 파트너'로 인식하게 됩니다.
말 한마디로 내 편을 만드는 사람이 진짜 일잘러다
직장 생활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서 성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입니다. 아무리 기발한 기획서와 화려한 엑셀 테크닉을 가졌어도,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적을 만들고 주변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그 커리어는 한계에 부딪히게 됩니다.
오늘 회의실에 들어가기 전, 입술 끝에 맴도는 "그게 아니라요"를 꾹 삼켜보세요. 그리고 "맞습니다. 그리고..."라는 부드러운 시작으로 여러분의 훌륭한 아이디어를 상대방의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심어보시길 바랍니다. 당장의 기 싸움에서 지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 프로젝트의 방향과 승기는 여러분의 손안에 들어와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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